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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2021)

by 무빙타임 2022. 7. 6.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2021) 영화 포스터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2021)

제목 : 헤어질 결심

개봉 : 2022년 06월 29일

장르 : 멜로/로맨스, 드라마, 서스펜스

상영시간 : 138분

감독 : 박찬욱

출연 : 탕웨이, 박해일, 이정현 등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줄거리

산 정상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유튜버 기도수 추락사건을 담당하게 된 장해준 형사(박해준). 그리고 수사를 위해 고인이 된 기도수의 아내 송서래(탕웨이)를 마주하게 된다. 중국에서 왔다는 그녀는 남편의 사망 소식에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담담한 태도를 보인다. 게다가 한국어가 서툰 그녀는 죽은 남편을 보고 "마침내 운명하셨다"라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내뱉는다.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해준은 용의 선상에 올리게 된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심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잉크 같은 영화

극 중 해준은 "어떤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어떤 슬픔은 잉크처럼 천천히 번지는 거야"라는 대사를 남긴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 또한 잉크처럼 천천히 번지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변사사건으로 우연하게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서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이 주고받은 감정들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애절하고 화끈한 멜로 영화도 아니지만, 은유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한 감정의 묘사가 일품이었다. 해준은 한국사람이고 서래는 중국사람이다. 그래서 서래의 한국말은 서툴다. 하지만 그래도 서래의 한국말은 꽤 수준급이다. 그래도 해준은 그런 서래를 배려해 어려운 단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어려운 단어를 쉽게 풀어서 대화하는 친절에서 곧 해준은 서래에게 무의식적인 호감을 드러내게 된다. 상대에게 배려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솔직하게 감정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붕괴

영화의 중요한 대사인 '붕괴' 또한 같은 맥락이다. "무너지고 깨어짐"이라는 단어가 해준과 서래에게는 서로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두 사람의 관계, 해준에게는 붕괴라는 단어가 사랑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지고 깨어졌는지 보여주는 단어라면 서래에게는 붕괴라는 단어는 그만큼 해준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단어로 다가온다. 그녀에게 붕괴는 곧 '사랑해'와 같은 뜻을 내포한다. 같은 단어가 내포하는 표현의 차이가 굉장히 섬세하게 다가왔다. 나는 서래가 탄식하듯 해준에게 읊조리는 장면에서 감탄을 금하지 못하였다. 단어 하나의 해석으로 이렇게 까지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으며, 이 장면이야말로 영화 자체를 관통하는 의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죄의식, 욕망

서래와 해준은 서로의 욕망에 충실해서 좋았다. 해준은 기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서래에 끌리는 자신의 감정에 크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 자책하는 시간이 짧고, 그저 죄의식 없이 자신의 감정에 물 흐르듯 따라간다. 또한, 경찰의 신분으로 서래의 범죄 은폐에 가담하면서도 오랜 시간 동안 경찰생활에 몸담았음에도 한치의 망설임이나 결정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연출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감정에 솔직하고 죄의식이 없다. 욕망에 충실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로지 사랑이란 두 글자, 본능에만 충실한 두 사람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해준이 그러하듯 서래 또한 이 모습이 무척이나 닮아있다. 해준의 일이라면 어떠한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욕망만을 따라가는 모습이 서로가 너무나 닮아있다. 이러한 모습은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둘이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연출로 나타난다. 식사를 함께하고 뒷정리를 하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같이 식사를 한 것처럼 둘은 자연스럽게 합이 맞아 뒷정리를 한다. 마치 원래부터 서로의 짝인 마냥 말이다. 어쩌면 타고나길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아닐까. 일말의 죄의식이나 욕망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동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비슷한 부류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잉크처럼 마음속에 잔잔히 퍼지는 영화이다. 처음에는 이게 사랑인가 싶다가도, 나중에 사랑이었구나 알게 되는 해준과 서래의 감정처럼 박찬욱 감독이 말하고 싶은 로맨스란 이런 스며드는 로맨스가 아닐까. 굉장히 인상 깊게 봤던 영화였다. 21세기를 살면서 사랑이 무엇인지에 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뜻깊은 영화였다. 로맨스 영화에 목말라 있는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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