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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도어즈 (The Doors, 1991)

by 무빙타임 2022. 6. 26.

 

 

 

도어즈 (The Doors, 1991) 영화 포스터
도어즈 (The Doors, 1991)

제목 : 도어즈

개봉 : 1993년 04월 24일

장르 : 드라마

상영시간 : 138분

감독 : 올리버 스톤

출연 : 발 킬머, 맥 라이언 등

국내 등급 : 19세 이상 관람가

 

수많은 뮤지션 전기 영화 사이에서

당대에 사랑받았던 뮤지션이나 밴드에 관한 영화는 지금까지 꽤 많은 수가 제작되었고, 그리고 앞으로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음악을 풀어놓는 존재는 끊이지 않고 등장할 테니까. 그렇다면 전기 영화는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영화로 까지 만들어내야 할 만큼의 욕망을 느낀 매력 가득한 그들의 모습을 보는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다소 비평적인 면에서 보자면 단지 뮤지션의 삶을 있는 그대로의 사건만 각색하여 나열하면서 상황에 맞춰 그들의 음악을 집어넣기만 한 연출의 영화는 그렇게 고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꽤 많은 전기 영화들이 이런 스타일을 답습하거나 획일적으로 제작되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뮤지션이나 밴드의 매력을 보여주면서도 독창성을 발휘하여, 단순한 평전 같은 작품이 아닌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다분히 살린 개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무래도 좋은 평가를 받기 마련일 것이다. 예를 들자면 <아임 낫 데어>라든지 <레토> 같은 작품들은 충분히 영화적 개성을 살리면서도 좋은 전기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 말하고자 하는 도어스는 과연 어떤 영화일까. 충분히 그들의 음악과 멤버들을 담아내면서도 영화적 완성도까지 갖춘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밴드 <도어즈> 그리고 영화 <도어즈>

사실 이 영화가 나오기 이전에도 도어즈의 음악이 이미 영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사례가 있다. 그것은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오프닝 시퀀스에 그들의 음악인 <The End>가 흘러나와 이미 압도적인 풍경을 선사한 것이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이미 그 장면 하나의 존재가 딱히 도어즈의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이미 도어즈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어쨌든 도어즈의 매력을 담아내고자 하는 영화는 결국 제작이 되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올리버 스톤은 사실 그 후에 연출한 작품인 <JFK>의 프로토 타입의 전기 영화를 만들려고 하면서 밴드 도어즈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당대의 유수 같은 밴드 중 그들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음악과 행보가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도어즈.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 도어즈이긴 하지만 초점이 밴드의 보컬인 짐 모리슨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물론 도어즈의 다른 멤버들도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 영화를 감상하는 데 있어서 기대하는 것이 레이 만자렉의 연주 실력이나 그의 동양계 애인, 로비 크루거의 비범한 작곡 능력, 존 딘스모어의 다소 굴곡 있는 가정사에 관한 것들일까? 아니다. 우리가 결국 기대하는 것은 짐 모리슨의 똘끼와 광기 어린 행동들일 것이다. 감독 역시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영화는 짐 모리슨에게 거의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그런 점이 식상하다거나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닌 존재가 밴드 내에 있다면 그것은 당연한 것 일 수밖에 없다. 가정을 해보자. 너바나에 관한 새로운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우리는 결국 그 영화가 커트 코베인의 이야기에 집중될 거라 쉽게 상상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다시 영화 얘기도 돌아가 보자면 이 영화도 그렇게 밴드의 절대적인 존재감인 짐 모리슨에 집중하며 어쩌면 다른 멤버들은 짐 모리슨의 여자 친구인 파멜라 커슨(멕 라이언 분) 보다도 영화 내 존재가 옅다. 하지만 도어즈의 역사적 굵직한 사건들은 잘 담아내고 있어 짐과 레이의 밴드 결성 계기, 클럽 위스키 어 고고에서 <The End>를 연주하고 문제의 가사로 인해 추방당한 사건 등 널리 알려진 밴드의 발자취를 영화적 각색으로 빠짐없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다소 뻔한 연출이지만 상황에 어울리는 그들의 곡들이 흘러나옴으로써 그들의 매력 넘치는 음악들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그렇게 큰 독창성이나 개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온전히 밴드와 짐 모리슨의 개인 매력에 힘입어 이끌어 나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인상 깊이 남는 장면도 존재한다. 영화 내 마지막 공연으로 나오는 마이애미 라이브는 모리슨의 샤먼에 대한 환각과 더불어 도어즈의 음악 같은 사이키델릭 한 공연 장면이 연출되어 파국으로 향하는 짐 모리슨과 도어즈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는 장면을 만들어 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씬이기도 하다.

 

그들은 떠나지만 음악은 남는다. 

짐 모리슨은 익히 알려진 대로 요절했으며 그의 음악적 단짝 레이 만자렉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과 사상, 메시지는 영원히 도어즈의 음악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 초두에 언급한 대로 이 영화는 전기 영화 장르로서의 영화적 완성도를 이뤄내며 영화사 한편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영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감히 이 영화는 자신의 영화를 달성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척도는 다름이 아닌 기존 도어즈의
팬이 아닌 그들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 도어즈와 짐 모리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 답에 대한 훌륭한 예가 있기에 자신 있게 영화적 소임을 다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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